
어느새 일상적인 단어가 됐다
밖에 나가면 한 번쯤 AI라는 말을 듣게 된다. 특정한 일을 하는 사람들만 꺼내는 말도 아닌 것 같다. 나이와 관계없이 대화에 섞여 나온다. 글을 쓰거나 일을 맡기는 도구라는 설명도 이제 낯설지 않다. 어느새 AI는 기술 기사 속 단어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말에 가까워졌다.
그 말이 익숙해지는 속도에 비해, 내가 이해하는 속도는 충분한지 모르겠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들은 대회를 하고, 여러 AI가 함께 일을 하고, AI로 무언가를 만들어 창업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가능성이 커 보이는 만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잡아먹히지만 않으면 다행일 것 같다.
조금 과장된 말이지만, 빠르게 바뀌는 흐름을 볼 때 드는 걱정은 그 안에 있다. 뭘 배워야 할까. 어디에 내 자리를 잡아야 할까. 그 고민을 하다 보면 결국 처음으로 돌아온다. 남은 질문: AI란 무엇이기에, 우리에게 이토록 큰 영향을 주는 걸까?
AI라고 부르는 것부터
알아보니 AI를 한 가지 프로그램이나 제품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OECD는 AI 시스템을 입력을 바탕으로 예측, 콘텐츠, 추천, 결정 같은 결과를 만들어 실제 또는 가상의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계 기반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시스템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정도도 다르다. OECD의 AI 시스템 정의를 읽고 나니, 대화창 하나만 떠올렸던 범위가 조금 넓어졌다.
사진 속 대상을 구분하거나,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지 추천하거나, 문장을 생성하는 일은 결과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 그래도 입력에서 관계를 찾아 어떤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에서 AI라는 큰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AI는 챗봇보다 넓은 말이라는 것부터 구분해야 했다.

그 안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머신러닝, 즉 기계학습이다. 모든 경우의 규칙을 사람이 하나씩 적는 대신, 데이터를 이용해 모델이 예측이나 생성에 쓸 관계를 배우게 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모델은 배운 관계를 이용해 결과를 내는 계산 구조다. Google의 머신러닝 입문도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설명을 시작한다.
딥러닝은 여러 층의 신경망을 사용하는 머신러닝 방법이고, 생성형 AI는 글·이미지·음악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을 가리킨다. 요즘 대화형 AI에서 흔히 듣는 LLM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단어가 많아 보여도, 우선 ‘큰 범위인 AI’, ‘데이터에서 배우는 방법’, ‘그 방법으로 만든 모델’, ‘모델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나눠보면 덜 헷갈린다.
배운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컴퓨터가 배운다고 하면 사람처럼 책을 읽고 스스로 깨닫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머신러닝의 학습은 데이터를 보고 모델의 내부 수치를 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사진을 고양이와 강아지로 구분하는 모델을 예로 들면, 예측과 정답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치를 바꾸는 식이다.

학습된 모델에 새 질문이나 사진을 넣어 결과를 얻는 과정은 추론이라고 부른다. 채팅창에서 앞서 한 말을 반영하는 것도, 그 대화 내용을 입력으로 참고하는 것과 모델 자체의 수치가 다시 바뀌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서비스가 대화를 저장하거나 이후 학습에 활용하는지는 별도의 설정과 정책 문제다.
언어 모델의 사전학습에는 앞선 문맥 다음에 올 토큰을 예측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토큰은 모델이 글을 나눠 처리하는 조각으로, 한 단어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추가 학습과 도구 사용 등이 더해지며 우리가 보는 서비스가 된다. 그러니 ‘그냥 다음 단어를 고르는 것’이라고만 말해도 실제 기능을 다 설명하지 못하고, ‘사람처럼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말해도 지나치다.
내가 기억할 핵심은 학습한 패턴으로 결과를 만드는 능력과, 그 결과가 사실이라는 보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말투 때문에 이 둘을 쉽게 붙여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차이는 OpenAI의 환각 연구 설명과도 이어진다.
왜 이렇게 영향력이 커졌을까
내가 먼저 떠올린 이유는 접근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프로그램의 기능을 하나씩 찾아야 했던 일도, 대화형 AI에서는 평소 쓰는 말로 요청할 수 있다. 질문하는 문턱이 낮아지면 사용해보는 사람의 범위도 넓어진다. 다만 질문이 쉬워졌다는 것과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얻는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또 하나는 결과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글의 초안은 문서로, 코드는 프로그램으로, 정리한 자료는 다음 판단의 재료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검색·파일·코드 실행 같은 도구가 연결되면 대답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 단계로 넘어간다. Anthropic의 2026년 에이전트 설명은 모델뿐 아니라 도구, 지침, 실행 환경이 함께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나는 AI의 영향력이 단순히 말을 잘해서 커진 것은 아니라고 이해했다. 말로 요청하고, 여러 종류의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를 다음 작업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함께 작용한다. 이건 내가 자료를 읽고 정리한 해석이다. 모든 사람과 모든 업무에서 똑같은 효과가 난다는 뜻은 아니다.
Stanford의 2026 AI Index도 기술 성능뿐 아니라 이용, 경제, 사회의 변화를 함께 다룬다. 일상에서 느끼는 변화와 별개로 확인해볼 큰 그림이다. 그렇다고 보고서 한 장이나 높은 시험 점수가 내 일의 미래까지 대신 답해주지는 않는다.
AI를 잘 다룬다는 말의 폭

대회가 있다는 말도 조금 더 나눠봐야 했다. 머신러닝 대회에서는 정해진 문제와 데이터가 주어지고, 참가자가 예측 결과를 제출해 평가받는 방식이 흔하다. Kaggle의 대회 안내는 참가자의 예측을 채점하고 순위를 비교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한편 해커톤이나 서비스 제작 대회는 실제 작동하는 결과물, 해결하려는 문제, 심사 기준이 중심이 될 수 있다. 대회마다 모델 학습, 외부 데이터, 기존 AI 서비스의 사용 여부와 평가 방식이 다르다. ‘AI를 잘 다룬다’는 말을 프롬프트를 잘 쓰는 능력 하나로 줄이기는 어려운 이유다.
모델을 직접 학습시키는 사람, 데이터를 정리하는 사람, 결과를 검증하는 사람, AI를 제품에 연결하는 사람은 필요한 지식이 다르다. 하나의 AI라는 단어 아래 여러 일이 들어 있다. 내가 어느 자리에 가까운지 고민하려면, 먼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AI들끼리 대화한다는 이야기
여러 AI가 대화한다는 말은 신기하면서도 조금 낯설다. 공식 사례를 보니, 내가 먼저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은 역할을 나누고 메시지와 작업 결과를 주고받는 구조였다. Anthropic의 멀티 에이전트 연구 시스템은 중심 에이전트가 조사 계획을 세우고 여러 하위 에이전트의 검색 결과를 모으는 방식을 설명한다.

에이전트는 목표를 향해 다음 행동과 도구 사용을 정하고, 실행 결과를 보고 다시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된다. 위 그림의 조사·검토·작성은 설명을 위해 나눈 역할이다. 모든 제품이 이 순서로 움직이거나 독립된 모델을 하나씩 쓰는 것은 아니다.
이 구조가 흥미로운 건 사람이 중간마다 일을 전부 이어줄 필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잘못된 자료를 함께 받아들이거나, 서로의 틀린 결론을 강화할 수도 있다. 여러 에이전트를 쓰면 비용과 복잡성도 늘어난다. 사람처럼 의식이나 관계를 가졌다는 증거로 해석할 일도 아니다.
결국 보고 싶은 것은 대화의 양보다 결과다. 무슨 자료를 봤는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어디까지 실행했는지. 같은 방향으로 틀린 답을 여러 번 내놓는다면 안심할 이유가 생긴 게 아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과 오래 쓰이는 일

AI로 서비스를 만들고 창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보다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만들 수 있다’와 ‘누군가 계속 쓸 만큼 필요하다’ 사이에는 꽤 긴 거리가 있을 것 같다.
가상의 예로, 문의 내용을 정리하는 도구를 만든다고 해보자. 초안을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문의를 잘못 분류하지 않는지, 개인정보를 어디에 보내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틀렸을 때 누가 고치는지가 따라온다.
내 자리를 고민할 때도 이 구분이 도움이 된다. 새로운 도구 이름을 많이 아는 것보다, 내가 이해하는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어떤 결과가 쓸모 있고 어떤 오류는 받아들일 수 없는지. 문제를 정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일까지 함께 배워야 할 것 같다.
잘 말하는 것과 맞는 것은 다르다

가장 조심하고 싶은 건 자신 있는 말투다. 틀린 대답도 매끄럽게 쓰이면 읽는 쪽에서는 맞는 말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OpenAI는 환각을 언어 모델이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답을 만드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보다 추측하게 만드는 학습과 평가 방식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다.
그래서 답이 길고 자세하다는 이유로 신뢰를 더하면 안 된다. 출처가 실제로 있는지, 그 출처에 해당 내용이 있는지, 날짜와 조건이 맞는지까지 봐야 한다. 코드라면 설명만 읽고 끝내기보다 실제로 실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알아봤다’, ‘이해했다’, ‘작동을 확인했다’도 서로 다른 상태다.
도구를 사용하는 에이전트에서는 틀린 문장이 틀린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Anthropic도 의도를 잘못 읽는 문제와 외부 자료 속 악성 지시에 휘말리는 문제를 다룬다. 무엇을 읽게 하고 무엇을 바꾸게 할지, 어디에서 사람이 확인할지까지 시스템의 일부다.
AI를 활용하는 공부가 답을 빨리 받는 연습에서만 끝나면 부족할 것 같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과, 받은 답을 확인하는 것을 함께 익히는 쪽이 내가 생각하는 공부에 가깝다.
나는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그래도 걱정이 정리된 건 아니다.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전부 따라가야 할 것 같고, 조금 늦으면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앞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이 흐름 속에서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지금은 ‘AI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조금 나눠보고 싶다. 내가 알고 싶은 원리,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결과. 이 셋이 이어지는 지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오늘 본 서비스 이름을 전부 외우는 것보다 그 연결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이번에 정리한 건 AI의 전체 지식이 아니다. AI라는 큰 범위, 데이터에서 배우는 방법, 도구를 쓰는 에이전트, 결과를 확인하는 책임을 구분해본 첫 기록이다. 직접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대회에 제출한 기록은 아직 없다.
남은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같은 자료를 줘도 왜 답이 달라질까.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답은 어떻게 걸러낼까. 내가 잘 아는 일 하나에 AI를 붙인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내가 무엇을 이해하고 싶은지로 돌아오게 된다.
읽은 자료
기준일 2026.10.09. 정의와 원리에는 공식 설명을, 실제 구현에는 제작사의 사례를 참고했다. 제작사 사례가 모든 시스템의 성능이나 모든 업무에서의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OECD · AI 시스템의 정의 — 2024.03.06. AI가 챗봇보다 넓은 범위라는 설명.
Google Developers · What is Machine Learning? — 머신러닝과 생성형 AI 입문.
Kaggle · Community Competitions — 예측 제출과 평가의 구조.
Anthropic · Multi-agent research system — 2025.06.13. 조사 역할을 나누고 결과를 모으는 실제 구현 사례.
Anthropic · Trustworthy agents in practice — 2026.04.09. 에이전트의 구성과 사람의 통제.
OpenAI · Why language models hallucinate — 2025.09.05. 환각과 학습·평가 방식의 관계.
Stanford HAI · 2026 AI Index Report — 기술과 사회의 변화를 함께 살펴볼 연례 자료.
이미지: 글의 흐름을 위해 제작한 연출 장면 6장과 개념도 2장. 실제 일상이나 대회 참가를 촬영한 기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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